0. 제가 합격이라고요? 교토라이프의 교토 상륙기

2018년 3월... 나는 대입에 실패하고 일본 대학 입시를 준비하게 되었다.
원래부터 일본 유학에 뜻을 두고 있었지만 12년간 한국에서 공부한 게 아깝지 않냐는 부모님의 말씀에
일단은 시험을 쳤으나 사실 난 아깝지가 않았다. 공부한 게 있어야 아깝지...

그렇다. 영웅은 공부따윈 하지 않는다.



결국 5논술 1적성고사 3정시 기적의 9연패(敗)를 달성하며 노가다냐 재수학원이냐를 두고 
고민 중 내게 떠오른 건 일본 유학이었다. 일어를 시작한 지 거의 10년(이지만 중 1이후로 그만 둔)이고,
옛날부터 들어왔던 소케이(와세다와 게이오)는 그냥 모의고사 3등급만 찍어도 프리패스다라는 말로
뻑가버린 나는 부모님을 설득해 결국 학원에 등록, 내 일본 유학 라이프가 그렇게 시작되었다..


한국에서 가장 유학원 많기로 유명한 두 동네 중 하나인 강남역으로 가 모 학원에 등록을 시작하려고 했다.

"저기...학원 등록하러 왔는데요."

EJU라는 일본 유학시험을 보기 위해선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냥 바로 상담하러 가라고 해서 2층 카운터에서
5층 유학담당부서로 들어갔더니 바로 친절하게 맞아주시더라.

"예약하셨나요?" 

쒸프트 6을 누른 것 마냥 눈웃음 발사해주시길래 나 또한 눈웃음을 발사하며 '아니요'라고 대답하자...

당연히 없던 일이 갑자기 생겨서 그렇다고 해도... 이런 표정은 아니지...



그렇게 상담을 받고 내 레벨에 맞는 일본어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그 때가 3월이었다.
시간이 간당간당하니 4월에 토익 점수를 따고 5월엔 6월 시험 대비 기출문제 무한반복이었다.
한국 고3 때 공부한 것보다 더 공부를 열심히 했었던 것 같다. 난이도도 쉬워서 할 맛이 났던 것도 한 몫했다.
그리고 결전의 2018년 6월 첫 EJU... 일본어/종과에선 나름 그럭저럭 했던 것 같지만 수학에서는 처음 본
유형 덕분에 마지막 가서는 로또 번호 예상해서 찍듯 찍었다. 여기선 이게 나올거라며 나름 과학적이라고 정신승리.

결국 일본어 350점대, 종합과목 170점대, 수학은 110점대.. 대충 얘기하고 싶다. 점수가 자랑스럽지가 않음.
그래도 나름 최상위는 아니더라도 중상위권은 되는 점수를 들고 선생님한테 가니 이 점수로 일단 이 대학을 쓰고
11월에 있는 2번째 EJU시험에선 더 잘봐서 최상위 대학을 노리자는 말을 듣고 하늘을 날아갈 것 같은 기분으로
원서를 작성, 교토에 있는 모 사립 대학에 지원했다. 이 학교는 관서 지방에선 최고 사립이며
유학생에게 많은 지원을 해주는 이 학교는 윤동주와 정지용의 모교 도시샤 대학이었다. 
초중고 12년을 합쳐서 국어시간을 제일 좋아했던 나에겐, 또, 교과서 밑의 저자 소개나 책 커버의 날개부분에 적혀있는 저자 약력 같은 걸 본문보다 더 집중해서 읽는 나에겐 '도시샤 대학'이란 글자가 눈에 익었다.

선생님은 나보고 이 점수로는 수업료 50% 감면도 받겠다며 좋아하셨고 나도 만약 전기에 붙었다면 그냥 바로 거기서
만족하려고 했었지만...

탈락 

심지어 너무 친절하게도 집에 불합격통지서까지 날아온다.
지금 사진을 올리진 못하지만 대충 이런 거..


000님에게

2019학년도 외국인유학생입시의 결과,
00학부
00학과
제 1학년
의 합불판정 결과, 불합격이 되었음을 알립니다.

도시샤대학 총장 이름 -----

발표가 늦은 9월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때 이후로 술이나 약 안먹으면 잠도 못자던 상황이었다.
그리곤 11월까지 다시 공부해놨더니 6월달보다 점수가 더 낮아진 상황. 포기하고 삼수를 준비하고 있었더니..


합격


트리플 합격. 세 학부 다 지원했었는데 다 붙어버리다니.
삼수 각재고 있던 내가, 하나만 붙어도 절하고 들어가겠다던 내가.
이제는 학과를 골라서 갈 수 있다니.
그 날은 엄청 울었다. 그러고나니 후련해지던데..

모든 것은 뺑이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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